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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리뷰 (어둠의 밀도, 캐릭터 충실도, 각본 한계)

히어로 영화에서 어두울수록 흥행에 불리하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을 보고 나서 그 공식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3시간 내내 단 한 번도 백주대낮이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는, 오히려 그 어둠의 밀도 덕분에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완성했습니다. 어둠의 밀도 — 이 영화가 다른 배트맨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일반적으로 배트맨 영화는 어둠과 오락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트릴로지가 그 절충의 정점이었다는 평가도 많고, 저도 오랫동안 그 의견에 동의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을 봤을 때, 그 전제가 틀렸다는 걸 첫 시퀀스에서 바로 느꼈습니다.영화는 황혼이 아니라 완전한 밤에서 시작합니다. 리들러가 시장을 살해하는 장면..

카테고리 없음 2026. 8. 12. 20:43
곡성 리뷰 (극단적 평가, 믿음의 함정, 불가지론)

솔직히 저는 곡성을 처음 봤을 때 뭘 본 건지 몰랐습니다. 낭종을 둘러싼 화제가 터지면서 나홍진 감독 이름이 다시 떠오르자 오랜만에 다시 틀었는데, 김환희 배우가 이미 성인이 됐다는 사실에 새삼 멈칫했습니다. 그 정도 세월이 흐른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제가 처음에 흘려넘겼던 장면들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이 영화가 왜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는지 조금씩 납득이 됐습니다. 극단적 평가: 왜 유독 이 영화만 이렇게 갈리나이동진 평론가는 10점을 줬고 정성일 평론가는 그해 최악의 영화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더니 이처럼 양쪽 끝에서 동시에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서도 드문 사례였습니다. 매트릭스도, 신과함께도 대중과 평론가 사이에서 온도 차가 있지만 그것은 어디..

카테고리 없음 2026. 8. 12. 19:40
콰이어트 플레이스 (설정 구멍, 몰입 설계, 체험형 공포)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옆 사람 팝콘 소리에 짜증난 적은 있어도, 관객 전체가 자발적으로 숨을 죽이고 앉아 있는 경험은 흔치 않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처음 봤을 때가 딱 그랬습니다. 설정을 뜯어보면 구멍이 한둘이 아닌데, 이상하게 손에 땀이 쥐어지더라고요. 그 이유가 뭔지 한번 제대로 따져봤습니다. 설정 구멍: 눈 없는 괴물에게 인류가 멸망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이 영화의 세계관은 단순합니다. 일정 데시벨(dB) 이상의 소리를 내면 괴물이 달려온다는 것. 여기서 데시벨이란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일반 대화가 약 60dB, 지하철 내부 소음이 80dB 수준입니다. 이 괴물들은 청각에만 의존하고 시각 기관이 없는 것으로 묘사됩니다.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걸린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시각도..

카테고리 없음 2026. 8. 11. 17:12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세계관, 캐릭터, 퓨리오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리즈 1편부터 순서대로 다시 돌려봤는데, 79년작 오리지널 매드맥스가 이렇게까지 촘촘하게 이후 시리즈 전체의 토대를 깔아놓은 작품인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맥스 로카탄스키라는 인물이 왜 '매드'가 됐는지, 그리고 그 비극이 분노의 도로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를 짚어가며 보니까 이 세계관이 왜 40년 넘게 회자되는지 비로소 이해됐습니다. 세계관: 맥스 로카탄스키가 '매드'가 된 이유제가 직접 1편부터 다시 돌려봤는데, 맥스가 처음부터 냉혹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게 이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맥스 로카탄스키(Max Rockatansky)는 원래 망해가는 문명 속에서도 단란한 가정을 지키던 도로 순찰대 경찰이었습니다. 운전 실력 하나는 당대 최고 수준이었고, 폭주족 나이트라이..

카테고리 없음 2026. 8. 11. 16:08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의 평범성, 사운드 디자인, 루돌프 회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라면 으레 학살 현장의 참혹함을 직접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단 한 프레임도 수용소 안을 직접 비추지 않습니다. 아우슈비츠 소장 루돌프 회스의 가족이 담장 바로 옆에서 텃밭을 가꾸고 꿀을 먹는 일상을 보여줄 뿐인데, 그 뒤로 스며드는 총소리와 비명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며칠간 귀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이 만들어낸 공포 — 보이지 않는 학살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압도당한 건 영상이 아니라 소리였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검은 화면 위로 정체불명의 소리가 깔리는데, 처음에는 그냥 주변 소음처럼 들립니다. 두두두두 하는 진동음, 먼 곳에서 누군가 외치는 목소리, 쿵쿵거리는 둔탁한 ..

카테고리 없음 2026. 8. 10. 16:49
영화 얼굴 리뷰 (리얼리즘, 외모 비하, 연상호)

못생겼다는 말은 정말 외모에 대한 이야기일까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을 보고 나서 저는 그 당연한 전제를 처음으로 의심하게 됐습니다. 개봉 이후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본 작품인데, 전반부가 끝날 즈음에는 등이 서늘해질 만큼 몰입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제 안에 있던 어떤 추악한 감정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최근 연상호 감독의 실사 작품들에 연달아 실망했던 저로서는 뜻밖의 경험이었습니다. 리얼리즘으로 돌아온 연상호, 전반부가 특히 강렬했다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시절부터 사회의 민낯을 들추는 데 탁월한 연출가였습니다. 그런데 실사 전환 이후 , , 같은 작품들을 거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적잖이 아쉬웠습니다. SF나 오컬트 같은 장르적 외피가 오히려 그의 강점을 희석시킨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카테고리 없음 2026. 8. 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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