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9 디스클로저 데이 (스필버그 연출력, 결말 한계, 시대착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평생의 화두였던 외계인 음모론을 이번엔 정면으로 들고 나온다는 소식에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든 첫 감정이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였으니까요. 두 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몰입했는데, 정작 결말에서 김이 쭉 빠져버린 그 기분. 이 글은 그 당혹감을 풀어보는 과정입니다. 스필버그 연출력 — 거장은 역시 달랐다제가 처음 스필버그 영화에 빠진 건 E.T.를 비디오테이프로 봤을 때입니다. 달 앞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장면에서 받은 충격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 감독이 이번엔 외계인의 존재를 판타지가 아닌 현실 기반으로 다룬다고 했을 때, 기대치가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는 정부 비밀 조직 '워덱스'의 추적을 피해 외.. 2026. 8. 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미학권력, 시대전환, 속편리뷰) 미란다 프리슬리가 인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그녀가 변한 걸까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저는 오히려 반대 질문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20년 전 1편을 20대에 처음 봤을 때는 앤디의 성장과 화려한 의상에만 눈이 갔는데, 이번에는 미란다의 머뭇거림 하나가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한 사람의 감각이 권력이 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 이 영화는 그걸 코미디의 형식으로 아주 조용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미학권력의 해체 — 숫자가 감각을 밀어낸 자리일반적으로 이 영화를 두고 "미란다가 드디어 인간이 됐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미란다가 선택해서 변한 게 아니라, 시대가 그녀를 강제로 변하게 만들었다는 쪽이 훨.. 2026. 7. 31. 프로젝트 헤일메리 (제작방식, 그레이스, 로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원작 소설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소설이 좋으면 영화는 실망'이라는 공식을 너무 많이 경험해서였죠.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2시간 반을 보내고 나오면서, 저는 '나라면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차가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이상하게도 극장 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따뜻했습니다.제작방식 — 그린 스크린 없이 온기를 담다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뭔가 다르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제작 방식을 알고 나서야 그 이유를 납득했습니다. 감독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는 2억 4,800만 달러짜리 우주 SF를 만들면서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 즉 그린 스크린이나 디지털 배경.. 2026. 7. 3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