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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 리뷰 (연상호, 전지현, 결말)

개봉하고 석 달이 지나서야 군체를 다시 꺼내 봤습니다. 극장에서 한 번, 집에서 한 번 봤는데 두 번째가 훨씬 무서웠습니다. 좀비가 달려들어서가 아니라, 감염자들이 동시에 고개를 치켜드는 그 몇 초의 정적 때문이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이 왜 이 이야기를 초고층 빌딩 안에 가뒀는지, 전지현의 복귀작이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결말이 왜 그렇게 갈렸는지 정리해 두려 합니다.연상호가 부산행을 스스로 해체한 자리군체는 2026년 5월 21일에 개봉했고, 그보다 엿새 앞선 5월 15일 제79회 칸 영화제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먼저 공개됐습니다. 감독의 세 번째 칸 초청이자, 부산행과 반도에 이어 그의 실사 좀비 영화가 전부 칸에 불려간 셈입니다. 순제작비를 포함한 총제작비는 약 200억 원으로 알려졌습..

카테고리 없음 2026. 8. 20. 22:00
오케이 마담2 (크루즈 액션, 유머, 흥행)

한여름 극장에서 머리 비우고 웃다 나오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오케이 마담2를 골랐습니다. 6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고, 이번 무대는 비행기가 아니라 초호화 크루즈입니다.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웃음의 양은 늘었는데 밀도는 얇아졌습니다. 크루즈라는 공간을 어떻게 썼는지, 유머가 어디서 어긋났는지, 그리고 개봉 성적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크루즈라는 무대가 만든 액션전작이 비행기 기내를 무대로 삼았다면, 이번에는 이스턴 비너스라는 크루즈 전체가 배경입니다. 꽈배기집 폐업 위기에 몰린 미영이 결혼식 초대장을 받고 가족과 함께 배에 오르는데, 그 배가 범죄 조직에 통째로 납치되면서 이야기가 굴러갑니다.이런 설정을 원 시추에이션(one situation) 구조라고 부릅니다. 도..

카테고리 없음 2026. 8. 15. 07:52
휴민트 리뷰 (장르 긴장감, 캐릭터 무게, 감독의 분노)

극장에서 휴민트를 보고 나오면서 이상하게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류승완 감독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느끼던 그 묵직함이 없었어요. 잘 만든 영화인 건 분명한데, 뭔가 빠진 것 같은 그 기분을 한참 동안 분석했습니다.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영화는 제목이 약속한 것을 끝내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문제: 장르 긴장감을 스스로 지운 영화휴민트(HUMINT)란 Human Intelligence의 약자로,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 활동을 뜻합니다. 위성 감청이나 통신 도청처럼 기계가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정보로 바꾸고,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냉혹한 행위입니다. 이 단어가 제목인 영화라면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

카테고리 없음 2026. 8. 13. 10:27
곡성 리뷰 (극단적 평가, 믿음의 함정, 불가지론)

솔직히 저는 곡성을 처음 봤을 때 뭘 본 건지 몰랐습니다. 낭종을 둘러싼 화제가 터지면서 나홍진 감독 이름이 다시 떠오르자 오랜만에 다시 틀었는데, 김환희 배우가 이미 성인이 됐다는 사실에 새삼 멈칫했습니다. 그 정도 세월이 흐른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제가 처음에 흘려넘겼던 장면들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이 영화가 왜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는지 조금씩 납득이 됐습니다. 극단적 평가: 왜 유독 이 영화만 이렇게 갈리나이동진 평론가는 10점을 줬고 정성일 평론가는 그해 최악의 영화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더니 이처럼 양쪽 끝에서 동시에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서도 드문 사례였습니다. 매트릭스도, 신과함께도 대중과 평론가 사이에서 온도 차가 있지만 그것은 어디..

카테고리 없음 2026. 8. 12. 19:40
호프 리뷰 (초반완성도, 서사붕괴, 믿음의배신)

개봉 첫날 극장에 들어서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0년을 기다린 영화가 이렇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나홍진 감독의 신작 는 예매 60만 장을 넘기며 역대 최고 기록으로 출발했지만, 뚜껑이 열린 뒤 네이버 관객 평점 7점대 초반, CGV 골든 에그 지수 80% 초반이라는 이례적인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저도 그 웅성거리는 극장에서 걸어 나온 사람 중 하나였고, 그 씁쓸함을 여기에 정리해 보려 합니다. 초반 완성도 — "이거 걸작이겠다"는 예감이 들었던 40분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오프닝 시퀀스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1970~80년대 비무장지대에 실제로 마을 하나를 통째로 지어 올린 미술 세트는 화면 밖으로 시대의 공기가 배어 나오는 것 같은 밀도였어요..

카테고리 없음 2026. 8. 5. 12:44
호프 해석 (코스믹 호러, 고추론, 속편 가능성)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극장에서 눈치채셨습니까? 저는 개봉일에 바로 봤는데, 나오는 순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내내 밥 먹다가도, 자다가도 마지막 장면이 자꾸 떠올랐고, 곱씹을수록 오히려 이 영화가 점점 더 좋아지는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부터 곡성까지 쌓아온 세계관이 호프에서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왜 저는 속편이 나오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지 풀어보겠습니다. 코스믹 호러 — 나홍진이 반복해온 하나의 세계나홍진의 영화에는 놀라울 만큼 일관된 구조가 있습니다. 추격자의 엄중호, 황해의 김구남, 곡성의 전종구, 그리고 호프의 고범석까지. 이들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은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입니다. 코스믹 호러란 인간의 ..

카테고리 없음 2026. 8. 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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