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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했을까? (조현병, 가족, 기록)

시네씨 2026. 8. 17. 11:24

목차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부모를 탓하고 있었습니다.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25년을 흘려보낸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극장을 나설 즈음에는 그 분노가 조금 다른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20년 치 기록이 남긴 질문을 정리해 봤습니다.



    조현병 진단이 미뤄진 25년,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 작품은 일본에서 2024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로, 한국에서는 2026년 7월 29일에 개봉했습니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자신의 친누나 후지노 마사코를 20년 넘게 촬영한 기록을 엮었습니다. 상영 시간은 102분,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이고 배급은 엣나인필름이 맡았습니다.

    누나에게 처음 증상이 나타난 건 1983년, 스물넷 때였습니다. 의대에 입학할 만큼 촉망받던 사람이었습니다. 밤에 괴성을 질러 구급차를 타고 정신과에 갔지만, 아버지는 의사가 정상이라고 했다며 입원도 투약도 없이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 뒤로 25년 동안 제대로 된 치료 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조현병(schizophrenia)은 사고와 지각의 처리 과정에 이상이 생기는 뇌 질환입니다. 쉽게 말해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병입니다. 영화에는 와해된 언어라는 증상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말이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횡설수설하게 되는 조현병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동생이 25년간 누나에게 말을 걸어도 대화가 성립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게 폭력적인 장면이 아니라 그 무의미한 대화의 반복이었습니다. 같은 질문을 몇 년에 걸쳐 던지는데 매번 어긋난 답이 돌아옵니다. 그 반복을 카메라가 지겨울 만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요약: 1983년 첫 증상 이후 25년간 치료가 미뤄진 한 가족의 기록이며, 감독은 그 시간을 직접 촬영해 남겼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밀실, 부모의 선택

    이 이야기가 특히 아픈 건 부모가 무지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 모두 의대를 나온 약리학 전공자였습니다. 그런데도 딸의 정신과 치료를 거부했고, 딸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줘야 한다는 태도를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아들이 전문가에게 보내자고 화를 내자, 아버지도 자신도 딸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리를 뜹니다. 반대로 아버지는 누나가 세상을 떠난 뒤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어머니 때문이었다고 답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구조가 25년을 지탱한 셈입니다.

    여기서 공의존이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됩니다. 공의존이란 돌보는 사람이 상대를 돌보는 역할 자체에 매여 관계를 놓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딸을 지극정성으로 대했던 어머니의 태도가 결과적으로 치료를 막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보입니다. 사랑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이 이 영화를 훨씬 무겁게 만듭니다.

    제도의 문제도 겹쳐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법에서는 본인 동의가 없을 경우 부모의 의사가 최우선이었고 형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동생은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영화가 단순한 가족 고발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 부모 모두 의대 출신 연구자였음에도 정신과 치료를 25년간 거부했습니다.
    • 부부는 서로에게 결정의 책임을 돌렸고, 그 사이에서 치료 시점이 계속 밀렸습니다.
    • 보호자 동의가 우선하는 당시 제도 탓에 동생은 개입 권한이 없었습니다.
    요약: 무지가 아니라 사랑과 부정, 그리고 보호자 중심의 제도가 겹쳐 치료가 25년간 지연됐습니다.

     

    20년의 기록이 끝내 남긴 질문

    전환점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 옵니다. 아버지의 동의를 받아 누나는 25년 만에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3개월간 치료와 약물 처방을 받습니다. 결과는 관객 대부분이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꼽을 만큼 극적이었습니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사람이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불을 다뤄 요리까지 하게 됩니다. 25년간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대화가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입니다.

    다만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결과를 단순한 후회로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누나의 증세를 호전시킨 약은 발병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일본에서 승인된 시점이 1996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대학 상담사가 가족 상담을 제안했던 1992년에라도 치료가 시작됐다면 어땠을까를 놓지 못합니다.

    누나는 완치되지는 않은 채 아버지, 동생과 함께 살다가 60대 초반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감독은 누나가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을 함께 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장례를 치른 뒤 아버지에게 영화 제작 동의를 구하면서 던진 질문이 그대로 제목이 됐습니다. 아버지의 답은 실패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였습니다.

    저는 이 답이 오래 남았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명백한 실패로 보이는데 당사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그 답을 반박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선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씨네21의 송경원 평론가와 이다혜 평론가가 각각 별 셋 반을 줬고, 남선우와 이용철 평론가는 별 셋을 매겼습니다. 개별 리뷰는 출처: 씨네2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흥행도 이례적입니다. 일본에서 4개 관으로 시작해 8주 만에 100개 관 이상으로 늘었고, 미니시어터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미니시어터는 소규모 예술영화 전용관을 뜻합니다. 한국에서도 개봉 6일 만에 3만 명, 13일 차에 5만 명을 넘겼고 상영관이 78개까지 늘었습니다. 대형 블록버스터들이 극장을 채우던 시기에 독립 다큐멘터리가 낸 성적이라 더 눈에 띕니다. 조현병에 대한 기본 정보와 상담 창구는 출처: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3개월의 치료가 25년을 뒤집었고, 영화는 그 격차 앞에서 답 대신 질문을 남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기 많이 힘든 영화입니까?

    자극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대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 길게 반복돼서 심리적으로 지치는 쪽입니다. 저는 중간에 두어 번 숨을 고르며 봤습니다. 가족 문제로 마음이 무거운 시기라면 컨디션을 보고 고르시길 권합니다.

     

    Q. 조현병을 부정적으로 그리지는 않습니까?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치료를 받자 극적으로 호전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실이 가장 또렷하게 남습니다. 방치의 결과를 보여 주는 영화이지 환자를 문제로 그리는 영화가 아닙니다.

     

    Q. 나중에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습니까?

    배급사인 엣나인필름은 지극히 사적인 기록이라는 이유로 극장 상영만 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물 출시나 온라인 공개 계획이 없다는 뜻이라, 보실 생각이라면 상영 중에 극장을 찾으셔야 합니다.

     

    Q. 쿠키 영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자리를 지키시는 편이 좋습니다. 감독이 쓴 동명의 책도 함께 출간돼 있어서, 영화에 담기지 않은 시기의 기록이 궁금하시면 참고하실 만합니다.

     

    결론

    이 영화는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부모의 부정, 제도의 공백, 약이 없던 시대가 겹쳐 있고 어느 하나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다만 3개월의 치료가 25년을 뒤집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남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상태가 마음에 걸리셨다면, 이 영화를 본 뒤 미루던 상담 한 번을 예약해 보시길 권합니다. 극장 상영으로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시기를 놓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