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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허진호, 토론토, 관람팁)

시네씨 2026. 9. 7. 09:30

목차


    9월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이 개봉 보름 전에 예매점유율 11.5%로 예매율 2위에 올랐습니다. 아직 상영관에 걸리지도 않은 영화가 상영 중인 작품들을 밀어낸 셈입니다. 허진호 감독이 10년을 품었다는 이 작품이 무엇을 다루고, 왜 개봉 전부터 이렇게 움직이는지 정리해 두겠습니다.



    허진호가 10년을 품은 사건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벌어진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습니다. 이 사건을 정면으로 극영화에 올린 한국 영화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장르는 미스터리 추적극이고, 러닝타임은 131분, 관람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제작과 배급은 모두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맡았습니다.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의 이름이 붙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로 각인된 감독이라 정치 미스터리는 낯선 조합처럼 보입니다. 다만 그는 이미 '덕혜옹주'와 '천문'에서 역사를 두 번 다뤘고, 그 두 편의 공통점은 사건 자체보다 사건 앞에 선 사람의 표정을 오래 붙잡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저격범이 누구인지 규명하는 영화가 아니라 사건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못 박았습니다. 실존 인물이 있는 비극인 만큼 균형 있게 보려 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두 발언을 그의 필모그래피와 겹쳐 놓으면 결론은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이 영화는 총성이 아니라 얼굴을 보는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빠른 액션 스릴러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체감이 어긋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을 팩션(faction)이라고 부릅니다. 팩트와 픽션을 합친 말로, 실제 사건의 뼈대 위에 밝혀지지 않은 빈칸을 상상으로 메우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이 장르는 재미와 위험을 같이 안고 갑니다. 관객이 빈칸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영화가 역사 교과서 자리를 차지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배역 구성도 감독의 말과 맞물립니다. 유해진이 사건 현장을 목격한 중부서 경감 철구를, 박해일이 신념이 단단한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을, 이민호가 열정적인 신입 기자 영일을 맡았습니다. 여기에 배성우, 엄지원, 박지환 등이 붙었습니다. 경찰과 데스크와 현장 기자, 즉 진실에 다르게 접근하는 세 직업이 축입니다.

    제목이 '암살자'가 아니라 '암살자(들)'인 점도 그냥 지나칠 대목이 아닙니다. 복수형은 배후에 조직이 있었다는 암시로 읽히지만, 저는 이 괄호가 추적자 쪽에도 걸린다고 봅니다. 쫓는 사람도 셋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의 카피는 이민호가 "진실을 파헤치는 자", 박해일이 "진실을 알리려는 자"로 서로 다르게 변주됩니다. 같은 진실을 두고 파헤치는 일과 알리는 일이 갈라진다는 것을 포스터 한 줄로 미리 말해 두는 셈입니다.

    요약: 저격범 규명이 아니라 추적자 셋의 드라마이며, 감독의 이력을 보면 속도보다 표정에 무게가 실릴 작품으로 보입니다.

     

    토론토에서 먼저 열린다는 뜻

    이 작품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Gala Presentation) 부문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대중성과 완성도를 함께 갖춘 화제작을 대형 상영관에서 선보이는 자리를 말합니다. 상을 다투는 경쟁 부문이 아니라 소개하는 부문이라는 점은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초청 자체를 수상이나 흥행 보증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저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일정입니다. 토론토 상영이 국내 개봉보다 앞서기 때문에, 9월 23일 이전에 해외 매체 리뷰와 현지 관객 반응이 인터넷에 먼저 풀립니다. 감독은 이를 두고 개봉 전에 작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양날입니다. 사전 평가를 참고할 수 있는 대신 결말과 구조가 언급된 글에 노출될 위험이 함께 커집니다.

    시장 상황도 이 영화의 위치를 설명해 줍니다. '오디세이'가 9월 6일 천만 관객을 넘겼고 개봉 32일째에도 실시간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들은 그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형국입니다.

    여기서 예매점유율이라는 지표를 잠깐 설명해 두겠습니다. 특정 시점에 팔린 전체 예매 좌석 가운데 그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며, 개봉일이 가까울수록 자연히 올라갑니다. 개봉까지 보름 넘게 남은 시점의 11.5%는 상당히 앞선 수치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개봉일이 다가오면 크게 요동치므로 그대로 흥행 예측치로 옮기면 안 됩니다.

    • 9월 16일 — '인턴' 개봉, 연휴보다 여드레 앞서 출발
    • 9월 23일 — '암살자(들)'과 '타짜: 벨제붑의 노래' 동시 개봉
    • 9월 24일~27일 — 추석 연휴, 좌석 경쟁이 가장 심한 구간

    연휴 하루 전에 문을 여는 배치는 계산이 뻔합니다. 개봉 첫날과 이튿날의 반응으로 연휴 스크린 수를 확보하겠다는 뜻입니다. 같은 날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붙는 것도 변수입니다. 두 편 모두 연휴를 겨냥한 한국 영화라 초반 좌석을 나눠 갖게 됩니다.

    요약: 토론토 선공개는 사전 평가와 스포일러 노출을 동시에 뜻하며, 9월 23일 배치는 연휴 스크린 확보를 노린 설계로 보입니다.

     

    관람팁 — 개봉 전에 정해 둘 것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라 완성도를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대신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미리 정해 둘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정리해 봤습니다.

    먼저 등급과 러닝타임을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 저격 사건을 다루면서 12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는 것은 유혈이나 잔혹 묘사를 상당히 절제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131분이라는 길이와 합치면 액션 스릴러보다 인물 드라마 쪽에 가까운 규격입니다. 공교롭게도 일주일 먼저 개봉하는 '인턴'도 132분에 12세 관람가라, 두 작품이 같은 관객층을 정면으로 놓고 겨루게 됐습니다.

    시대 재현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제작진은 1970년대를 되살리기 위해 로케이션 헌팅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로케이션 헌팅이란 시나리오에 맞는 실제 촬영 장소를 찾아다니는 사전 작업을 말합니다. 여기에 프로덕션 디자인, 즉 세트와 소품과 색감으로 화면의 시대감을 설계하는 작업이 더해집니다. 촬영은 이모개 촬영감독이, 각본은 권기준·이지민 작가가 맡았습니다. 촬영 기간이 2025년 8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넉 달 가까이 잡혔던 것도 시대 재현에 시간을 들였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 사건 공부는 개요까지만 — 세부 논쟁까지 미리 읽으면 영화의 추적 과정이 밋밋해집니다
    • 토론토 상영 이후 SNS 검색은 자제 — 개봉 전 스포일러가 도는 구간입니다
    • 좌석은 개봉일인 수요일 저녁이 가장 여유롭습니다 — 연휴 첫날부터는 경쟁이 셉니다
    • 본 뒤에 인터넷에서 단정적인 결론을 옮기지 않기 — 유족이 실존하는 사건입니다

    추천드리고 싶은 쪽은 이렇습니다. 시대극의 화면 질감을 즐기는 분, 배우 앙상블을 보러 극장에 가는 분, 사건보다 사건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에 관심이 있는 분입니다. 반대로 권하지 않는 쪽도 분명합니다. 총격전과 추격전의 속도를 기대하는 분, 실화 소재를 둘러싼 해석 논쟁 자체가 피곤한 분, 그리고 그 사건이 개인적으로 무겁게 남아 있는 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영화를 역사로 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팩션은 빈칸을 상상으로 메우는 장르이고, 극장을 나올 때 그 상상이 사실처럼 남는 것이 이 장르의 가장 큰 위험입니다. 감독이 균형을 말한 것도 같은 지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요약: 12세 관람가와 131분은 드라마형 규격이며, 사건 예습은 개요까지만 하고 극장을 나온 뒤 단정을 삼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입니까?

    아닙니다. 1974년 8월 15일 사건을 모티브로 삼되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팩션입니다. 감독 스스로 저격범을 규명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Q. 토론토영화제 초청작이면 작품성이 검증된 겁니까?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경쟁 부문이 아니라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문입니다. 국제적으로 소개할 만하다고 판단됐다는 뜻이지 수상이나 흥행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Q. 12세 관람가면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습니까?

    등급상으로는 가능합니다. 다만 소재가 실제 저격 사건이라 관람 뒤 설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배경을 짧게라도 정리해 두고 가시는 편을 권합니다.

     

    Q. 추석 연휴에 보려면 언제 예매해야 합니까?

    개봉일인 9월 23일 수요일 저녁이 가장 여유롭습니다. 24일부터 27일까지는 '인턴',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좌석을 나눠야 하므로 최소 이틀 전에는 잡아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론

    '암살자(들)'은 답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답을 찾는 사람들을 보여 주는 영화로 설계돼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기대이자 우려라고 봅니다. 잘 되면 사건보다 오래 남는 얼굴들이 나오고, 어긋나면 미스터리도 드라마도 아닌 자리에 멈춥니다. 토론토 반응이 먼저 도착할 테니 그것까지 확인하고 예매를 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참고: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 출처: 토론토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