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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 몬스터즈 (할리우드, 크툴루, 평가)

시네씨 2026. 8. 20. 21:00

목차


    조카를 데리고 갔다가 저 혼자 더 몰입해서 나온 영화입니다. 미니언즈 & 몬스터즈는 노란 캐릭터가 소동을 벌이는 가족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1920년대 할리우드와 무성영화 시대를 통째로 끌어온 작품이었습니다. 크툴루 신화까지 얹혀 있어서 어른이 챙길 재미가 따로 있었고, 평가와 흥행이 엇갈린 이유도 보고 나니 납득이 갔습니다.



    1920년대 할리우드로 간 미니언들

    이 작품은 미니언즈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이고,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습니다. 피에르 코팽과 패트릭 델라지가 공동 연출을 맡았고 상영 시간은 90분입니다. 북미에서는 2026년 7월 1일, 국내에서는 7월 15일에 개봉했습니다. 제작비는 8,500만 달러였습니다.

    배경이 영화 산업의 황금기였던 1920년대라는 점이 이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미니언들은 새 대장을 찾아 헤매다 촬영장에 난입하고, 그대로 영화 스타가 되어 전성기를 누립니다. 그런데 그 시기는 무성영화(silent film)의 시대였습니다. 무성영화는 배우의 목소리가 녹음되지 않고 화면과 자막, 연주만으로 진행되던 초기 영화를 말합니다. 소리가 없으니 미니언 특유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소리가 들어오는 순간 미니언들의 언어는 곧바로 걸림돌이 됐고 전성기는 짧게 끝납니다. 저는 이 설정이 꽤 영리하다고 봤습니다. 시리즈 내내 웃음 장치로만 쓰이던 그 옹알이가, 여기서는 주인공들을 밀어내는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제임스, 헨리, 에드 세 마리가 자기들만의 영화를 찍겠다고 나서는 흐름도 여기서 나옵니다.

    세 주인공 중 에드는 청각장애가 있어 수어로 대화합니다. 무리의 리더인 딕은 시리즈 최초로 키가 크면서 외눈인 조합이고, 이전까지 갈색뿐이던 눈동자에 푸른색이 섞이기 시작한 것도 이번 작품부터입니다. 국내판에서는 배우 윤경호가 바이킹과 현장 카메라맨, 샌드위치맨, 강도까지 1인 4역 더빙에 참여했습니다.

    요약: 1920년대 할리우드를 무대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미니언들의 언어가 약점이 되는 설정이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크툴루 신화가 슬쩍 들어온 자리

    세 미니언은 괴물 영화를 기획하면서 옛 대장이 남긴 마법서로 주문을 외우고, 오랜 세월 봉인돼 있던 구미를 불러냅니다. 그리고 구미가 데려온 몬스터들의 이름이 하워드와 필립스입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쪼개 놓은 것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세계관이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입니다. 크툴루 신화는 러브크래프트가 만들어 낸 공포 소설 계열로, 인간의 이해를 벗어난 거대한 존재들이 우주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는 설정을 공유합니다. 구미가 거대 액체 괴물 아이린을 소환할 때 요그소토스라고 부르는 대목까지 있으니, 이 정도면 슬쩍 얹은 수준이 아니라 작정하고 가져다 쓴 셈입니다.

    이런 인용을 오마주(hommage)라고 합니다. 오마주는 앞선 작품이나 창작자에게 존경을 표하려고 그 특징을 일부러 따라 쓰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장치가 촘촘합니다. 괴물을 찾아 나선다는 줄거리 자체가 킹콩과 겹치고,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대에 적응하려 애쓰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는 사랑은 비를 타고나 바빌론과도 닿아 있습니다. 조지 루카스가 본인 역할로 직접 나오기도 합니다.

    제가 극장에서 재미있었던 지점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조카는 괴물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화면 자체에 웃었고, 저는 그 괴물들의 이름과 출처를 짚느라 웃었습니다. 같은 장면을 두고 웃는 이유가 완전히 달랐는데, 가족 영화가 노리는 지점이 원래 이런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 구미의 본명은 이름이 여덟 마디나 이어지는 긴 형태로 나옵니다
    • 본편이 끝난 뒤 쿠키 영상에 케빈, 스튜어트, 밥과 그루가 등장합니다
    • 초기 포스터에 크게 실린 핑크 버니는 정작 본편에서 비중이 거의 없습니다
    요약: 몬스터들의 이름과 소환 장면이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서 곧장 건너왔고, 킹콩과 바빌론을 떠올리게 하는 오마주도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평가는 좋은데 흥행이 아쉬웠던 이유

    평은 시리즈 기준으로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는 90퍼센트, 관객 점수는 75퍼센트이고 메타스코어는 100점 만점에 70점입니다. 여기서 신선도는 비평가 중 몇 퍼센트가 긍정적인 평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지, 점수의 평균이 아닙니다. 비평가 총평은 시리즈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쪽으로 모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씨네21의 이용철 평론가가 별 세 개 반을 주며 이야기 대신 영화사를 썼다고 평했습니다.

    그런데 흥행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수입은 8월 17일 기준 약 4억 9,300만 달러, 북미는 약 1억 8,050만 달러입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전작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아쉬운 성적입니다. 국내 누적 관객은 8월 18일 기준 773,600명에 머물렀습니다.

    원인으로는 세 가지가 꼽힙니다. 슈퍼배드와 미니언즈를 합쳐 이미 일곱 편이 나왔다는 피로감, 전작 슈퍼배드 4와 겨우 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짧은 간격, 그리고 관객층이 그대로 겹치는 토이 스토리 5가 한창 달리던 시기에 개봉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같은 날 호프가 개봉하면서 경쟁이 한 겹 더해졌습니다.

    비판도 있습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지적은 영화가 결국 무슨 말을 하려는지 흐려진다는 것입니다. 초기 할리우드의 명암을 다루다가 뒤로 갈수록 초점이 옅어진다는 이야기인데, 저도 후반부에서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여기에 시간대가 미드퀄(midquel)이라는 점도 혼란을 키웠습니다. 미드퀄은 앞선 작품의 이야기 중간에 끼어드는 시간대를 다루는 속편을 말합니다. 케빈과 스튜어트, 밥이 본편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시리즈를 챙겨 본 관객일수록 오히려 당황하기 쉬운 구성이었습니다.

    요약: 신선도 90퍼센트로 시리즈 최고 수준의 평을 받았지만, 시리즈 피로감과 토이 스토리 5와의 경쟁이 겹치며 국내 관객은 77만 명대에 머물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앞 시리즈를 안 봤어도 괜찮나요?

    오히려 안 보신 분이 더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존 주인공들이 본편에 나오지 않고 이야기도 따로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시리즈를 챙겨 보신 분들이 인물이 왜 없냐며 갸웃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전체관람가면 유아도 볼 수 있나요?

    등급은 전체관람가가 맞습니다. 다만 사방이 눈으로 덮인 액체 괴물이 나오고 목이 잘리는 장면이 유혈 없이 지나가는 등, 등급에 비하면 수위가 있는 편입니다. 겁이 많은 아이라면 한 번 확인하고 데려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쿠키 영상이 있나요?

    있습니다. 본편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에 시리즈의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합니다. 이것 때문에라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않으시는 편을 권합니다.

     

    더빙과 자막 중 어느 쪽이 나을까요?

    아이와 함께라면 더빙 쪽이 편합니다. 미니언들의 대사는 어차피 번역되지 않고, 국내 성우진이 붙은 인물들의 연기도 좋은 편입니다. 다만 영화사 오마주를 챙기고 싶으시면 자막을 권합니다.

    요약: 시리즈 예습 없이도 볼 수 있고, 전체관람가지만 수위가 있는 장면이 있어 어린아이는 확인 후 관람을 권합니다.

     

    결론

    미니언즈 & 몬스터즈는 소재를 크게 벌여 놓고 마무리를 조금 흘린 영화입니다. 그래도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고른 선택만큼은 시리즈에서 가장 과감했다고 봅니다. 아이와 함께 볼 가족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무난하게 통하고, 옛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숨어 있는 인용을 찾는 재미가 따로 있습니다. 보실 계획이라면 쿠키 영상까지 챙기시길 권합니다.

    참고 자료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출처: 영상물등급위원회

    요약: 마무리는 흐릿하지만 1920년대 할리우드라는 무대 선택만큼은 시리즈에서 가장 과감했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