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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라마 (보글리, 로튼토마토, 관람팁)

시네씨 2026. 9. 11. 23:10

목차


    박스오피스 4위에 올라온 제목을 보고 잠깐 갸웃했습니다.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이 나오는데 로맨틱 코미디라니, 지금 1위를 달리는 오디세이에도 두 사람이 나오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제작진을 확인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더 드라마는 달콤한 결혼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감독이 십 년째 붙들고 있는 질문의 세 번째 답안이었습니다.



    보글리의 전작을 알고 보면 장르가 달라집니다

    국내 소개 기사는 대체로 아리 애스터를 앞세웁니다. 유전과 미드소마를 만든 이름이니 눈길이 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다만 정확히 말하면 애스터는 이 영화의 감독이 아니라 제작에 참여한 쪽입니다. 제작사로 이름을 올린 스퀘어 페그(Square Peg)가 바로 애스터가 세운 회사입니다. 그러니까 애스터의 이름은 연출이 아니라 자본과 기획 쪽에 붙어 있습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사람은 크리스토퍼 보글리입니다. 저는 이 이름을 확인한 순간부터 이 영화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보글리의 전작이 해시태그 시그네(2022)와 드림 시나리오(2023)이기 때문입니다. 앞의 작품은 관심을 받으려고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여자를, 뒤의 작품은 모르는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면서 갑자기 유명해진 남자를 다뤘습니다.

    두 편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자아 전체가 끌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세태를 두고 영어권에서는 브레인 롯(brain rot)이라는 말을 씁니다. 자극적인 정보에 계속 노출되면서 사고가 물러지는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더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내가 사랑한 것이 그 사람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모습인가"입니다.

    세 편을 나란히 놓으면 이건 로맨스 영화의 계보가 아니라 보글리가 이어 온 연작의 마지막 장에 가깝습니다. 소개 글들이 애스터의 공포 이력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이 영화의 설계도를 그린 사람의 이력은 뒤로 밀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감독·각본: 크리스토퍼 보글리 / 제작: A24, 스퀘어 페그
    • 출연: 젠데이아(엠마), 로버트 패틴슨(찰리), 알레나 하임, 마무두 아티
    • 국내 개봉 2026년 9월 9일,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요약: 애스터는 제작이고 연출은 보글리입니다. 전작 두 편을 알고 들어가면 이 영화의 진짜 주제가 보입니다.

     

    로튼토마토 77%라는 숫자를 어떻게 읽을까요

    이 영화는 지난 4월 3일 북미에서 먼저 개봉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관람 전에 이미 다섯 달 치 성적표를 볼 수 있습니다. 제작비 2,800만 달러로 만들어 전 세계에서 1억 3,24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국내 보도에서는 약 2,000억 원 규모로 소개됐고, A24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흥행입니다.

    평점 쪽은 조금 더 들여다볼 값이 있습니다. 토마토미터(Tomatometer)는 평론가들의 긍정 비율을 백분율로 보여 주는 지표인데, 이 작품은 77%를 기록했습니다. 90%대가 아니라 70%대라는 건 대개 호불호가 갈렸다는 신호입니다. 더 눈에 띈 건 총평의 문장이었습니다. 두 배우의 경력에서 손꼽힐 연기를 앞세운 평이었는데, 저는 이런 문장을 작품 자체보다 연기가 앞섰다는 뜻으로 읽는 편입니다.

    해외 평단이 반복해서 언급한 대목은 이 영화가 총기 폭력, 사회적 특권, 인종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는 점이었습니다. 로맨스릴러라는 조어, 그러니까 로맨스의 외형에 스릴러의 긴장을 얹은 형태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미국 사회의 뇌관을 건드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한국 관객에게는 변수가 하나 생긴다고 봅니다. 미국에서 폭소나 탄식이 터졌을 장면이 우리 극장에서는 조용히 지나갈 수 있습니다. 뇌관이 문화적 맥락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블랙 코미디(black comedy)는 불편한 소재를 웃음으로 감싸는 방식인데, 그 불편함의 좌표가 다르면 웃음의 타이밍도 어긋납니다. 북미 평점을 그대로 기대치로 옮기지 않는 편이 안전해 보입니다.

    요약: 흥행은 확실히 검증됐지만 77%는 갈린다는 뜻입니다. 미국 사회 이슈가 웃음의 뇌관이라 국내 체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람팁은 스포일러와 상영관 두 가지가 급합니다

    가장 먼저 챙길 것은 스포일러입니다. 북미 개봉이 4월이었고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올라가 있습니다. 다섯 달이라는 시차는 곧 줄거리의 반전이 이미 공개된 정보라는 뜻입니다. 이 영화는 술자리에서 튀어나온 과거 고백 하나로 이야기가 뒤집히는 구조라, 그 한 줄을 미리 보면 관람의 절반이 날아갑니다. 예매 전에 평점 사이트의 한 줄 평과 짧은 영상 요약을 피하시길 권합니다.

    두 번째는 시간입니다. 9월 9일에 개봉했는데 16일에 인턴이, 23일에 암살자(들)과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들어옵니다. 명절 대작이 상영관을 채우기 시작하면 이런 중간 규모의 외화는 상영 회차가 가장 먼저 줄어듭니다. 첫날 성적이 1만 2,091명으로 4위였고 누적은 1만 6,877명이었는데, 나쁘지 않은 출발이지만 다음 주 라인업을 버틸 만큼 두꺼운 숫자는 아닙니다. 볼 생각이 있다면 9월 15일 이전을 권합니다.

    조금 별난 관전 포인트도 하나 있습니다. 지금 박스오피스 1위인 오디세이와 4위인 이 영화에 같은 두 배우가 동시에 올라 있습니다. 패틴슨은 오디세이에서 안티노우스를 연기했고, 두 사람은 올해 듄 파트 3에서 또 만납니다. 같은 배우의 얼굴을 한 달 안에 전혀 다른 온도로 두 번 보게 되는 셈인데, 이런 겹침은 드문 편이라 이어서 보면 재미가 붙습니다.

    • 추천: 대화가 칼처럼 오가는 심리극, 웃다가 불편해지는 작품을 좋아하는 분
    • 비추천: 두 배우의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하는 분, 유전이나 미드소마 같은 공포를 기대하는 분
    • 동반 관람: 15세 이상 관람가지만 결혼 전 과거 고백이 소재라 부모님과 함께 보기에는 애매합니다

    참고로 상영 시간이 106분으로 짧은 편입니다. 명절 전 저녁에 한 편 끼워 넣기에는 부담이 적습니다.

    요약: 스포일러는 이미 풀려 있고 상영관은 다음 주부터 줄어듭니다. 볼 거라면 이번 주가 적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리 애스터 영화처럼 무서운가요?

    애스터는 제작으로 참여했을 뿐 연출자가 아닙니다. 유전이나 미드소마 같은 공포를 기대하고 가시면 어긋날 가능성이 큽니다. 결이 훨씬 가까운 쪽은 감독 보글리의 전작인 드림 시나리오입니다.

     

    Q. 오디세이를 안 봤어도 괜찮은가요?

    전혀 상관없습니다. 두 영화는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고 배우만 겹칩니다. 같은 배우가 완전히 다른 인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는 재미가 있을 뿐입니다.

     

    Q. 결말을 미리 알고 봐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폭로 하나로 관계가 무너지는 구조라 그 순간의 충격이 관람의 중심입니다. 북미에서 다섯 달 먼저 공개돼 정보가 널리 퍼져 있으니 검색을 자제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Q. 추석 연휴에 봐도 상영관이 남아 있을까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9월 16일과 23일에 한국 대작이 연달아 들어오면 회차가 줄어드는 쪽은 이런 작품입니다. 확실하게 보시려면 그 전에 예매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론

    더 드라마는 두 스타의 로맨스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 이미지에 관한 보글리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흥행과 평점은 이미 검증됐고, 다만 웃음의 뇌관이 미국 사회에 박혀 있어 국내 체감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명절 대작이 들어오기 전, 스포일러를 피한 상태로 이번 주 안에 보시길 권합니다. 예매 전 관람등급과 상영 회차를 한 번 확인하시면 충분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